2023. 8. 27. 02:20ㆍ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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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뒤에 다음 세 사람에게 부탁하노라.
1. 최완택 목사 민들레 교회
이 사람은 술을 마시고 돼지 죽통에 오줌을 눈 적은 있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이다.
2. 정호경 신부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이 사람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신부이고 정직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3. 박연철 변호사
이 사람은 민주변호사로 알려졌지만 어려운 사람과 함께 살려고 애쓰는 보통사람이다. 우리 집에도 두세 번쯤 다녀갔다. 나는 대접 한 번 못했다.
위 세 사람은 내가 쓴 모든 저작물을 함께 잘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에 관리하기 귀찮으면 한겨레신문사에서 하고 있는 남북어린이 어깨동무에 맡기면 된다. 맡겨놓고 뒤에서 보살피면 될 것이다.
유언장이란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남긴다는 것이 무척이나 쑥스럽다.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낭만적으로 삶을 마감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 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 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주기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췄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것은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에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 쓴 사람 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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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웃다가 울다가 정신이 쏙 빠짐 아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참 좋다 라고 느끼게 하는 사람들,
한국인 특유의 것이면서도 보기에 즐거운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고 나도 그런 면에 어느정도 연결을 느낄 수 있어서 내게 소속감을 주는 사람들이 몇 명 있는데
권정생은 참 그중에서도 ... 눈에 띄는 사람이다
나는 한국인은 좀 바보같은 면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질기고 강인하고 표독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순진하고 얼뜨기 같은 그런 인상
바로 옆동네인 중국이나 일본에 대해서는 멍청하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별로 없기때문에 (중국인은 사리에 밝다라든지 손해볼 일을 절대 하지 않는 느낌이고 일본인은 샤프한 느낌임. '멍청한' 이미지를 한번 마음먹고 생각해보자면, 중국인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 떠오르고 일본인은 엉뚱한 사람... 이나중 탁구부...가 떠오름)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
한국인에 대해 내가 느끼는 이런 인상은 뭔가 역사적 주도권이 언제나 남의 나라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그런 포지션 때문에 나온 것 같음('얼뜨기'라는 말 그 자체. 남의 땅에 와서 아직 다 적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면서 실수를 연발하는...)
구체화해 보자면 사람 말을 자꾸 곧이곧대로 믿어주고 거짓말을 못 한달까 <-이런 면과 명예, 위신, 이미지에 대한 집착은 연결되어 있을 것 같음
'앞뒤 다른 사람'에 대한 강렬한 혐오도 그렇고
옛날에 누구더라 탈북자 인터뷰에서 남한 사람들은 너무 순진하다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들한테 간이고 쓸개고 죄다 탈탈 털릴 것이다 라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난 북한에 대해 조또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도 그 말이 감정적으로 엄청나게 납득되었다 아마 그것도 이런 이미지 때문일 것 같음
쿨하지 못하고 뭔가 한다고 하는데 어리버리하고
자기 자신을 언제나 좀 부끄러워하고 하지만 어쨌든 심성이 착한 건(what the fuck does that even mean)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이미지임ㅋㅋㅋㅋ
뭐랄까... 대범하질 못하고ㅋㅋㅋㅋㅋㅋ 우아하지도 못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그런데에도 매력은 하나쯤 있는게 아니겠냐~ 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특히 이렇게 극단적으로 솔직해질 수 있는(최소한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쑥스러워하는 사람은 또 놀리는 맛이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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