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코리아 오픈하우스에 다녀오다

2023. 9. 3. 20:47일기


일단 후기다운 후기를 적겠음

1  아나빠나 명상 시간이 매우 좋았다... 이전에도 공개된 오디오로 이미 여러 번 해 본 명상인데(주로 잠이 안 와서 미치기 일보직전일때) 공간이 주는 힘 + 여러 사람과 함께 명상한다는 시츄에이션의 힘이 있어서 집중이 더 잘 됨

2  위빳사나 명상과 어린이 코스에 대한 영상이 제공되었는데 영상이 오래돼서 ㅋㅋㅋㅋㅋㅋ 풍화ㅋㅋㅋㅋ된 게 넘 웃겼고 어떤 철학이 보이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쓸데없는 데 힘빼지 말라는 가르침이 느껴졌음 If it's not broken don't fix it
특히 시작할 때 ~고엔카 선생님의 무슨 연설~ 뭐 이런 게 까만 바탕에 하얀 궁서체<ㅋㅋㅋㅋㅋ로 떠서 피식피식 하고 웃음

3  내가 아직까지 적을 두고 있는 유일한 사회운동단체에서도 매달 ~ 2,3달에 한 번 정도 주기로 오픈하우스격의 신입회원 웰컴 모임을 여는데 여기도 오픈하우스가 좀 더 잦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하여 없는 돈 짜내 후원을 조금 함...
왜냐면 나도 위빳사나 10일 코스를 할까말까할까말까 고민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오픈하우스를 다녀오고 나서 아 한번 해봐야겠다 하고 마음이 굳어졌기 때문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시골이고 핸드폰도 쓰지 말래고 그러면 일단 좀 꺼려지기 마련인 것 같음. 오늘 가서 시설도 보고 명상도 하고 하면서 음~ 괘안네~ 했다

4  점심으로 준비해주신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이...이게 불심인가!! 싶었다. 평소에 잘 안 하는데 기도하고 먹었음 게다가 공짜
실제 수련에 들어가면 이것보다는 양념이 약하다거나 반찬이 부실하다거나 그래도 조금은 이것보다는 덜한(?) 밥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감사합니다

5  만약 또 오픈하우스가 열린다면 대담 느낌의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음
영상 보면서 위빳사나 수련시에 남녀를 엄격히 나누어 생활한다는데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의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해짐
돌아가기 전에 AT(지도자)분께 여쭤보았더니 "신체적 성별에 따라 나눈다" 정도로 간단하게 말씀해주심
음.... 어떤 면에서는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수술하지 않은 트랜스젠더들한테는 신체적 성별에 따라 나뉘어서 생활하라는 것이 대단히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건 지금 전미를 휩쓸고 있는 논란거리라 얘기가 길어질듯. 좀 더 여쭙고 싶었으나 지도자 두 분께서 뭔가 대화를 나누고 계셔서 일단은 그냥 돌아섬

근데 위빳사나 10일 코스를 한다고 하면 지도자 분들하고 대화할 기회가 많다고 해서, 오픈하우스는 딱 이 정도 컨텐츠가 맞는것일까? 싶기도 하고 그랬다.

6  고엔카 선생님 연설을 비디오로 들은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흔히 고통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것이지만 비탄은 선택의 결과Pain is inevitable but suffering is optional라고들 한다.
Suffering이 optional하지 않다면 종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이다. 모든 종교는 살면서 만나게 되는 불행을 어느 정도는 의지로, 훈련으로, 상호간의 도움 속에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

스스로 마음에 평화가 깃들어 있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남에게 선행을 베풀 수 없다. 아.... 난 사회운동을 했었기 때문에 이 말이 정말 뼈저리게 느껴진다. 억울함으로 분노로 증오로 뭉치고 행동하면 거기 무슨 대의명분을 갖다 붙여도 똑같이 끝이 탁해진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도 그런 것들을 절절히 느꼈기 때문이고...

그러나 '당신 안의 분노를 다스려야 한다'라는 말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분노하라! 같이 싸우자! 들고 일어나자! 라는 투쟁에 익숙하고 또 그것이 너무나 정당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한편으로 마음에 평화가 있다는 것이 분노를 전혀 느끼지 않는 감정적 시체 상태와 같은 것도 아닐 것이다.

결국 모든 수행修行은 치유이다.
나는 당신이 괴롭다는 것을 압니다. 내가 당신이 괴롭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7  신기숙사 구경을 잠깐 했는데 병원 같기도 하고 감옥 같기도 하고 그랬다ㅋㅋㅋㅋㅋㅋ 군대 같기도 하고.
실제로 투병과 투옥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새로워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죽음을 가까이할 기회가 누구에게나 필요한가보다
군대도 마찬가지잖음. 죽음을 가까이하는 상황




여기까지가 후기같은 후기이고
이제 일기를 적자면
처음 딱 도착하자마자 분위기가 되게 익숙해서 왜그럴까 했는데 아버지가 학생운동 하던 시절 동료들이랑 가던 친목여행 따라갔을 때 기억이랑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믿는 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특유의 해맑고 약간 우쭐한 얼굴들. 오래간만에 봤다.

부모님을 데리고 온 분들이 몇분 계셨던 것 같은데 신기했다. 행운을 빕니다...

도착해서 소개영상 보는 시간이 끝나고 주어진 자유시간에 여자기숙사 계단 옆 벤치에 드러누워서 지금 배우는 언어 단어장을 좀 들춰보다가 한숨 잤다.
9월로 들어왔다고 바람이 한결 서늘해진 것이 낮잠맛집이었음



이런 풍경을 보면서...



담마코리아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던 것도 이번 오픈하우스 소식을 들은 것도 티스토리 이웃인 유진정 작가님을 통해서이다.
보람차게 보낸 일요일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읽으시겠지요?)

작가님이 진행/기획에 참여하셔서 낮동안 계속 뵈었는데 나중에 후기 올라오면 저도 갔었어요~ 정도 댓글이나 하나 달아야지 하다가
음 나는 이제 저분 얼굴을 아는데 이분은 내 얼굴을 모른다면 그건 좀 불공평하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본인은 그런 것 신경 안 쓰실 것 같은데 내가 그런 상황을(나는 누구를 모르는데 그쪽에선 나를 알고 있고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는) 싫어하기 때문에 서울로 출발하기 직전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호쾌하게 맞아주셔서 인사드리길 잘했다 싶음

언젠가 저도 도반으로 생각해 주실 수 있나요? 님과의 스피리추얼리티 토크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 이제 진짜 집 근처다!!
내일 이번 학기의 첫 강의가 시작된다. 고문서해석 강의이고,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얼굴은 현세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얼굴보다 더 반가운 예수의 얼굴이다.
마음이 두근두근 즐겁다. 예수는 나의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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