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에 대한 생각

자취를 시작한 게 2021년 12월이니 이제 1년 반이 조금 넘어간다.
그리고 자취 1년 정도가 지난 2023년 들어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살 빠졌다는 말이다;; 크레이지 아시안 스토리...
여담이지만 홍콩 여행을 가려고 간단하고 실용적인 광동어 문장 20개 정도를 모아 둔 책자를 구했는데 거기에 "당신 못본 새 살이 많이 쪘군요"라는 문장이 있어서 ??? 했던 기억이 있다. 여행가서 그 말을 도대체 누구한테 하나요
몸무게 안 잰지 5~6년이 넘어서 (집에 체중계가 없고 대중목욕탕 가는 걸 싫어해서 잴 일이 없었음) 몸무게가 얼마나 빠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변화를 많이 느낀다.
막 극단적으로 빠진 건 아니고 허리둘레가 3~4cm정도 주는 정도로 빠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말을 하는 걸 보니 겉으로도 티가 상당히 나나 봄
내가 느끼는 건 쉬발 바지가 죄다 흘러내림. 작년 겨울~이번 여름에 바지를 몇벌을 샀는지 모름
살이 빠진 건 당연히... 그전보다 덜 먹어서이다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냥 그것뿐임...
입시할 때는 혈당 떨어져서 머리 안 돌아가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진짜 계속 먹고 탄수화물 많이 먹고 그랬는데 이거 진짜 최악의 식습관이고 어떤 면에서는 정신병임
대학원생들이나 고시생들 만나다 보면 님 그러다 죽어요 싶을 정도로 살 찌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왜 그렇게 되는지 십분 이해함. 배고프면 공부 안 됨. 뇌가 연료로 포도당만 먹는다던데 그래서일까
근데 나는 먹는 거는 정말 중요한 일이고 잠자는 거 사람들하고 대화하는거 하고 마찬가지로 인간이 삶에서 지켜야 하는 가장 소중한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같은 의미에서 여러모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3교대 근무 같은 것도 차차 없어졌으면 함. 사람이 수면스케줄이 안정화되어있지 않은 채로 십년 이십년 지나면 당연히 암 걸림. 어떻게 이런게 그냥 직무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음. 너무 순진한 건가
마찬가지로 공부(뿐만 아니라 무슨 목표가 되건)를 해야 하니까 거기에 식단을 맞추어서 처먹는다!!! 라는 발상은 날 좀 두렵게 함
내가 아마 실제로 그 생활을 1~2년 했기 때문에 그게 이렇게 몸서리쳐지게 싫은 것 같음. 진짜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는 기분임 사육당하는 가축 되는 기분
K국의 나라전체가 도와주는 입시지옥 시스템에 뇌가 절어있지 않았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다
정신병이 다른게 정신병이 아니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선호 체계priority가 망가지면 그게 정신병 아닌가 하는것이 내 생각임
따라서 어떤 성취를 위해서 밥과 잠 그리고 유대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면 그건 정신병임
그렇다면 잘 살기 위해 먹는 것이란 무엇인가
바로 소식이다!!!! 라고 생각한다.
지금 블로그에 쓰는 이건 그냥 내 경험에 대한 이야기임. 물론 소식이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도 찾아보면 많음
내가 말하는 소식은 뭐냐면... 음... 밥을 먹다보면은 그 음식의 맛을 못느끼게 되는 어떤 포인트가 있음
그게 딱 배부른 지점이라고 나는 생각함. 그리고 그때 식사를 끝내는 것이 소식임 (하루에 몇칼로리 이런 식으로 절대적 수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음)
앞서 얘기했던 입시기간의 그 끔찍한 식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면 그건 "먹는" 행위라기보다는 "집어넣는" 행위에 가까웠음
내가 소식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집어넣는 행위가 정신건강을 존나게 악화하기 때문임
왜냐면 이건 고의로 자기 스스로를 마비상태에 발로 뻥 차넣는 거랑 똑같기 때문에... 내 몸을 나 자신이 아니고 내가 작동시키는 일종의 기계처럼 대우하고 있는 거임. 스스로도 알고 있고 바로 그렇게 느끼게 됨;; 그게 무슨 느낌이냐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느낌임.
마음 한편에서 기계나 짐승(마찬가지로 인간이 기계처럼 대우하는 동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것 자체도 대단히 ... 뭐랄까... 원초적인 차원에서 수치스러운, 드러운 기분일 뿐더러
머리가 멍해지고 앞뒤 생각이 끊기고 아주 기초적인 단계의 자극밖에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됨.
그러면 느껴지는 게 그런 자극밖에 없으니 그런 자극에 점점 매달리게 되는데 사람은 자극에 적응하기 마련이라 음식으로 따지면 점점 더 많은 양을 먹게 됨. 기본 메커니즘 자체는 마약이랑 똑같은거임
즉 절대적으로 먹는 양을 적게 하는 게 좋다 라는 얘기가 아니라
정신이 마비되지 않는 선에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것임. 자기를 기계 취급하지 않기 위해서
물론 나한테도 이건 이상향이고 내가 매일매일 한끼도 빠짐없이 이걸 지키면서 식사를 할수있는 신선은 아님 그러나 적당히 노력하고 있읍니다
내가 자취를 시작했을 때 살을 빼야지!!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살이 빠진 게 아님(물론 살을 좀 빼야지!!라고 마음먹은 적은 몇번 있었지만 그거야 그전에도 늘 있었으니까)
내 자취는 그냥 생활공간이 바뀐 그런 일이 아니라 그전까지의 집안 환경이 존나 거지같았는데 돈과 자원이 모였기 때문에 독립을 한 사건이었고
그러다 보니 내가 뭘 원하고 어떤 삶을 살고싶은지 뭘 먹고 싶고 얼마만큼 먹고 싶은지를 좀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겼음
살이 좀 빠지긴 했지만 살이야 다시 찔수도 있는거고 빠질수도 있는거고 그 생각은 크게 안 하려고 함
아 이거는 좀 의도적인 것인데 지금은 딱히 그렇지 않지만 내가 그전까지는 평생 뚱뚱했음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때쯤에 몸매 생각을 한번 하기 시작하면 한녀로서 미쳐버릴 것 같다는 어떤 큰 두려움을 느낌;; 뭔가 사건이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그게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 그 위기감만 생생함. (지금 추측하자면 아마 교복 치수를 잰 일인 것 같음. 반에 모아놓고 한명한명 쟀기 때문에 같은반 모든 여학생들의 허리가슴엉덩이 둘레를 들을 수 있었음)
그래서 그때부터 몸매생각 안 하고 살아야겠다 라고 의식적으로 노력함. 그때 나의 노력은 뭐였냐면 지하상가에서 옷을 사지 않는 거였음
당시 친구들은 다 지하상가에서 옷 사입고 주말되면 옷 사러 나가고 그랬는데 난 그런데에서 옷 사면 항상 안맞았기 때문에 어 저건 들어갈까? 하고 입어보고 안 맞아서 나오고 이럴때 늘 마음이 축 처졌던 거 같음
돌이켜보면 그때에도 살을 빼야겠다!!! 라고 결심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리고 그게 훨씬 더 일반적인 반응인 것 같은데) 몸매 생각을 안해야겠다 라고 생각한것은 지금의 이 소식 이야기와 좀 연결되는 면이 있다
Sanity 혹은 Lucidity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똑같음. 둘 모두 뜻은 분별력
지금이라고 막 마른 건 아니지만 이제는 길거리에서 사이즈가 없어서 옷을 못사입는 일은 별로 없음
그리고 살이 빠진 게 어쨌든 미적으로 맘에 드는 변화이기 때문에 예뻐졌다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임
그러나 저 고등학생때의 정신건강과 지금의 내 정신건강이 막 그렇게 차이가 있나? 생각해보면 환경이 바뀌었을 뿐 내면의 빡셈은 그때 이미 어느정도는 완성되어 있었던 것 같음. 중요한게 뭔지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는게 대견함
자기를 미치게하는 것으로부터(생각이든 습관이든) 멀어지는 것이 건강한 것임.
그 미친다는 게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정도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본능적인 레벨에서 알고 있지 않을까?
아는 것을 실천하는 건 노력과 지도가 좀 필요함. 화이팅 입니다
글 쓰다 보면 자주 이런 결말이 되는데 내가 주로 이런 이유로... 누군가를 응원하거나 뭔가를 알려주기 위해서 글을 쓰나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