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추석

부활절에 해피 부활절 이라는 글을 썼는데
추석에 해피 추석 이라는 글을 안 쓰는 것은 옳지 못하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쓰기 시작함
한국인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 있으면 항상 크리스마스랑 석가탄신일을 둘다 쉰다는 게 첫번째로 생각난다
추석과 추수감사절을 둘다 쉬면 더 웃길텐데 (being the colony of US that we ARE)
이제 가족들한테 막 묶여 있지 않아서 그전처럼 해야 할 일이 명확한 연휴는 아니지만
그래도 추석은 좋다 한국에서 풍요를 축하하는 행사는 드문 것 같아서 더더욱
올해에는 가족들을 찾아뵙고
사촌언니 둘과 함께 할머니가 마트에서 사온 불고기를 구워 먹는 것으로 간단하게 지냈음
집에서 앨범을 이것저것 꺼내서 보고 젊은 시절 엄마 사진이 있길래 가져다 주려고 좀 챙겼음 이 집에 사진이 있다는 걸 본인이 알면 싫어할 것 같기도 하고
자기는 가지고 있지 않은 과거의 사진이 아마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할 집에 남아 있었다는 게 재미있었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건 조금 더 빡센 일인데
디쎈씨 있는 인간처럼 굴고 오자고 되뇌는 중
엄마 만나러 갈 때면 항상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이발소벽에 붙어있을 법한 시가 머릿속에서 자동재생됨. '인생이 너를 버릴지라도' 뭐 이런 버전으로 각색되기도 함
찾아보니까 이거 푸시킨 시네. 며칠 전 태어나 처음으로 받아본 직접 구운 생일 케이크를 구워준 언니가 자기 푸시킨 좋아한다고 했는데
시를 이따위로 쓴 거 보면 좋은 문학가일 것 같지 않지만 이건 못 쓴 시겠지?
all and all 전 제가 한국인(조선인X 한국인O)이라는 게 맘에 듭니다
한강의 기적!! 이런 걸 바탕에 둔 국민성이 만화 주인공 같고 좋음 게다가 나 태어날 쯤엔 이미 부자 나라였고
민족성이 기분좋게 고무되는 연휴이기를 빕니다
비 코리안
해피 추석